ㅅㅁ 8

기댈 곳을 찾는 사람들

나는 기댈 데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동아리가, 음악이, 예술이, 과학이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지만 나는 사실 단 한 사람을 찾아왔던것이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온전한 믿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 젖은 믿음을 꽉 끌어안아서 물이 뚝뚝 떨어져서 바지자락이 다 젖어 살이 부어올라도 그저 그 채로 땅을 딛고 서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내가 찾아왔던 그 한 사람에게 얼마나 부담이 되는 일인지,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지 최근 깨달았다. 호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배관을 돌보고 예방 정비를 하며,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며 문제를 처리하는 건 흡사 호텔시설 타이쿤을 하는 기분이 든다. 나름의 성취감이 있다. 하지만 함께 호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전해 받는 감정 소모는 생각보다 더 피로하다. 호텔 시스템..

ㅅㅁ 2024.04.16

호두와 호랑이

호랑이를 임보 하기 위해 집으로 데려온 지 2주가 지났다. 호랑이를 데려오기 며칠 전 꿈을 꾸었다. 나의 얼마 안 되는 모든 친구들과 쏭의 모든 친구들까지 모두 다 함께 어떤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같은 파릇한 모습들이었지만 일반적인 학교는 아니었고 여긴 대안학교다(;;;) 대안학교가 아니면 이런 풍경은 볼 수 없지 싶은 장소였다. 학교 울타리 밖으로 조금 나가면 들판과 개울가와 갖가지 풀과 곤충과 볕이 내리쬐는 고장 난 학원버스 같은 풍경이 놓여있었다. 이 풍경 속 걱정하나 없이 매 순간 즐거운 우리의 친구들은 각자 공놀이, 물놀이, 달리기 같은 모든 시골스포츠들을 하며 깔깔대니, 청춘내나는 신카이 마코토스러운 미장센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변이 개울가 둔덕의 끝에서 사각팬티만 입고 ..

ㅅㅁ 2024.01.09

팬티와 집문서

지난해 5월 말일 새벽 6시경 긴급 대피 재난 안내 문자가 서울 시민을 깨웠다. 경계경보 발령으로 대피를 준비하라는 내용의 안내 문자였다. 그 당시 나는 한살림 서부센터에서 새벽 알바를 하고 있었다. 일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라서 대파를 나누며 대충 갈무리를 하고 있다가 놀라서 창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창고 밖 차량에서 담배 피우던 배송기사 아저씨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계속 불을 댕기며 헐레벌떡 튀어나온 나를 놀렸다. 집에 혼자 있는 짝꿍이 걱정되어서 전화를 했는데, 평소에 잘 놀라기로 (나에게) 유명한 그는 역시나 놀라서 '어떻게 된 일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동네 할머니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호두가 없어서 다행이라든지' 하며 이것저것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내 주변에 정신없는 사람이 있으면 도리..

ㅅㅁ 2024.01.04

나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를 준비합니다.

전기 기능사를 지나 갑자기 공조냉동기계기능사라니 무슨 사연인고 하니, 시골에 냉동 창고 하나 없는 곳 없을 것 이거니와(저와 제 짝꿍은 추후 시골에 가서 민박집을 하며 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음), 세상에 이런 황사가 더 해지면 더 해졌지 덜 해 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 그리고 전기 기능사를 준비하며 착장 된 전기 지식이 이 자격증에서도 쓰인다는 것. 그래서 이번 달은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은 가스 안전관리사과, 소방 안전관리사도 다음 목표로 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기 학습한 전기 지식에 추가적인 학습과 며칠의 워크숍으로 획득 할 수 있는 퀘스트라고 풍문으로 들음. 해서 몇 달 간 전기 실기 학원과 공조 냉동 필기 공부를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도..

ㅅㅁ 2024.01.04

필기 합격!!

이 글은 2023년 4월 14일에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 서부지사에서 시험을 보았다. 11시 시험 시작에 10시 못되서 구파발 역에 도착하여 인근을 걸어다니며 막바지 특강 내용을 프린트 한 종이를 들고 중얼중얼 외우다가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근처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추가를 주문하였다. 샷추가하면 샷 하나 남는데 그냥 투샷 추가해 드릴까요? 그 정도 카페인이 흡수되면 합격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해 달라고 하였다. 시작 10분전 산업인력공단 2층에 있는 대기실에 들어갔다. 20대부터 60대 정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앉아 있었다. 어떤 이는 나처럼 종이와 책을 보며 마지막 복습을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ㅅㅁ 2024.01.04

호호 호호호호

이 글은 2023년 3월 18일에 작성되었습니다. 호두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지 5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퇴근 후 컴퓨터 앞에 앉으면 어느새 내 발 밑에 와 가로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5분에 한 번은 다가와서 혹시 음식이 떨어지지 않나 체크하고 가던 호두. 늘 개어 놓은 빨래 위에 앉아서 쳐다보던 눈. 보채지 않던 그 눈이. 운전을 할 때면 습관처럼 음악을 듣곤 하는데, 얼마 전 일이 다 끝나고 센터로 복귀하던 중 이진아의 ‘초코’ 라는 노래가 나왔다. 좋아하던 노래라서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부르다가 후렴구에 ‘코코 코코코코’ 하는 부분을 따라부르면서 ’우리 호두는 호두니까 호호 호호호호 네 ㅎㅎㅎ’ 라고 생각하면서 갑자기 울어버렸다. 평소에 운..

ㅅㅁ 2024.01.04

수지타산

버킷 리스트를 쓰기로 마음먹고 난 뒤 메모장을 열고 숫자 ‘1.’ 을 쓰고 나서 잠시 손가락을 멈추었다. 갑자기 청소기를 돌려본다. 다이슨 청소기를 사길 잘했다. 1년 전 즈음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중국산 배터리를 교체해서인지 파워가 그럭 저럭이다. 바닥과 책상이 깨끗해지니 이제 준비가 된 것 같아서 다시 버킷 리스트를 적어본다. ‘1. 직접 집 짓기(패시브 하우스 방식으로)’ 얼마 전 패시브 하우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너지 활용이 효율적이고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거다 싶어 생활 동반자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결과 땅이 1000평이 필요해졌다.(!!!!) 우선은 땅을 소유해야 한다. 하지만 땅을 소유하는 것을 버킷 리스트에 넣고 싶지는 않았다. 그뿐이 아니다. 유튜브를 통해..

ㅅㅁ 2024.01.04

나는 전기기능사를 준비중입니다.

이 글은 2023년 3월 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지역 어디를 가도, 나이를 먹어도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을 것 이라는 생각에서 이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매일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 중 20%의 내용만 이해 하고 있는 중. 하지만 공부라는 것이 늘 그렇듯 이 세계에 대한 시선을 확장시켜준다. 매우 즐거움. 복소수라는 개념이 재미있다. 복소수란 정수와 허수를 더한 수인데 정수는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수를 의미하고 허수는 실제 세계에 존재할 수 없는 수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복소수가 3차원 세계에 존재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 것. 존재 할 수 없는 수가 존재하는 현상을 설명한다니! 이건 붕어 없는 붕어빵, 이해 할 수 없는 양자역학..

ㅅㅁ 202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