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7

경로를이탈하였습니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한때 좋아했던 모 작가의 모 소설에 나오는 말이다. 이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적도 있다.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라는 말을 곱씹고 있자니 불현듯 이 문장이 떠올랐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의 삶에는 보편적인 경로가 있다. 이 나이쯤 되는 사람에겐 결혼, 출산이 그 경로의 통과점이라고 할 수 있겠고 그런 덕분에 결혼은 안 해? 애 안 낳아? 소리를 피할 수가 없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차피 살다가 죽는 인생 일단 되는 대로 살아가고는 있다. 다만 나는 보편적인 경로에서는 벗어나 있는 상태인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인생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부고속도로를 탄다고 한다면 나는 대전에서 갑자..

철수 2024.04.09

가보지 않은 길

B와 10년 넘게 만나면서도 물놀이를 해본 적이 없다. 이상도 하지. 애초에 물놀이라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서로 물놀이를 언급한 적도 없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선택지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B가 친구들과 바다에서 꽤 재미있게 놀았다고 하여, 그럼 나랑도 놀아! 이런 흐름으로 작년 여름에 제주 바다에서 첫 물놀이를 했다. 바다나 계곡에서 발만 적신 적은 몇 번 있었으나 이렇게 물 속에 뛰어들어 온 몸을 담구며 첨벙거린 것은 처음이었다. 물놀이란 게 그렇듯 당연히 재미있었다. 앞으로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를 수영을 하고 잠수를 하고 시체처럼 둥둥 떠다니고. 너무 신나게 놀아서인지 다음날 한라산 등반을 했는데 다리에 쥐가 났다. 그렇게 놀고도 뭐가 그리 아쉬웠는지 날이 바뀌고 또 물놀이를 했다..

철수 2024.01.16

리얼띵

1999년부터 시작되는 우리들의 맹약 Fake에 세뇌되는 멍청한 놈들은 Don’t tell ya 2000년 대한민국, 지금은 2023 Suck y’all 정권 가정이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져 Suck you all, I’ll be the ONE 누가 자루 빠진 도끼를 줄 건가 내가 하늘을 받치는 기둥을 지을까 I’m the REAL THING, That’s my favorite scene 설총이 내게 남긴 권총 매그넘 요석공주가 물려준 여섯발의 Bullet 설총의 권총에 자루 빠진 도끼에 여섯의 탄환이 기둥을 탐하네 외쳐 나무 아미 타불 외쳐 나무 아미 타불 극락왕생 You know what i’m sayin’? I’m the REAL THING, What do you think? 진리를 찾아서 설총의 이..

철수 2024.01.12

40

(전략) (중략) 39. 얼마 전에 유튜브 Tiny desk Concert에 U2 (정확히는 보노와 엣지)가 나와서 노래를 하길래 아니 웬 U2 이랬는데 알고 보니 U2의 새 음반이 나온 것이었다. 조금 찾아보니 신곡 작업을 한 앨범은 아니었고, 기존 곡들을 어쿠스틱으로 재편곡 한 40곡을 담은 앨범이라고 하더라. U2 사운드의 핵심은 엣지의 딜레이 기타 아닌가? 그런데 어쿠스틱? 이런 생각을 하며 딱히 노래를 더 찾아들어보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2019년 U2 내한에 갔었다. 그 시점에도 U2 노래를 안 들은 지 좀 되어서 노래 복습을 좀 하고 갔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것도 벌써 몇 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보노와 엣지도 많이 늙었더라. 40. 아이키도(合気道,AIKIDO)를 시작했다. 제발 운동 좀..

철수 2024.01.12

라디오 구구

그래? 아무튼 요새는 라디오를 많이 들어. 이직하고 나서 외근이 많아 이동 중에 노래나 실컷 들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운전을 많이 하게 되니까 라디오를 더 많이 듣게 되더라. 노래만 주구장창 듣고 있으면 좀 질리더라고.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놓고 소리를 꽥꽥 지르며 따라부르는 것도 재미는 있지만 그걸 맨날 할 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사람 목소리가 그리워지나봐. 어쨌든 그렇게 외근을 다니면서 몇몇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어. 움직이는 패턴이 있다보니 특정 시간대의 방송들을 자주 듣게 되었지. 한편으로는 알다시피 요새 나라꼴이 이 지경인지라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투리 시간에 정치 관련 유튜브들도 보기 시작했어. 그 모습이 마치 극우 유튜브를 보는 태극기 어르신 같았지. 나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고,..

철수 2024.01.12

나는… 태어난 사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킨텍스 출장이 있었다. 일이야 뭐 그렇다치고 미국 유학을 한 멀끔하게 생긴 통역 친구와 서브컬쳐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오랜만에 아는 동생을 만나 다짜고짜 또 서브컬쳐 수다를 떨기도 했다. 아니 어째서?? 아무튼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더랬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사랑받을 자격은 있지 않을까 싶다. 힘내야지 뭐 어쩌겠어. 파이팅 해야지, 파이팅 해야지.

철수 2024.01.12

일상의 뻐킹 어쩌구

본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어려운 법입니다. 독립하여 살림을 꾸려본 적이 없는 사람은 집안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비지니스인지 미처 알지 못할 것입니다. 집안일이라는 것은 정말로… 미처 눈에 보이지 않는 아기 곰팡이나 깜빡하여 싱크대 개수대에서 썩어가는 음식물 덩어리 등등 말 그대로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책임지는 일인 것입니다. 흔히들 쓰레기를 내다놓고 분리수거를 하고 또 설거지를 하며 집안일을 돕고 있다고들 하지만 그것들은 하나의 과정이나 결과에 불과하지 결코 그것으로 종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쓰레기 버리는 일 하나만 보더라도 쓰레기 봉투가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신경쓰며 구비해놓는 일, 집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분류해서 따로 모아놓는 일, 잔뜩 모인 쓰레기들을 효율적으로 내다놓는 일..

철수 2024.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