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일상의 뻐킹 어쩌구

chxxxsoooo 2024. 1. 12. 11:00

본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어려운 법입니다. 독립하여 살림을 꾸려본 적이 없는 사람은 집안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비지니스인지 미처 알지 못할 것입니다. 집안일이라는 것은 정말로… 미처 눈에 보이지 않는 아기 곰팡이나 깜빡하여 싱크대 개수대에서 썩어가는 음식물 덩어리 등등 말 그대로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책임지는 일인 것입니다.

 

흔히들 쓰레기를 내다놓고 분리수거를 하고 또 설거지를 하며 집안일을 돕고 있다고들 하지만 그것들은 하나의 과정이나 결과에 불과하지 결코 그것으로 종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쓰레기 버리는 일 하나만 보더라도 쓰레기 봉투가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신경쓰며 구비해놓는 일, 집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분류해서 따로 모아놓는 일, 잔뜩 모인 쓰레기들을 효율적으로 내다놓는 일 등 집안일이라는 것은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는 일이며,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형벌 같은 것입니다. 바닥에 쌓인 먼지를 닦고 또 닦는 것처럼 말이죠. 그야말로 펄펄 끓는 용광로 지옥인 것이지요.

 

집안일 will return.

집안일은 죽지 않고 돌아옵니다.

I’ll be back. 👍

 

 

 

나이를 먹어서일까요. 아니면 그저 일상에 지쳐서일까요. 점점 집안일이 버겁습니다. 설거지는 일주일씩 쌓여있고 귀찮아서 요리도 하지 않습니다. 청소도 하지 않아 고양이털이 날라다니는 방에 앉아 대충 편의점에서 사온 것들을 털과 함께 먹습니다. 냉장고에는 언제 샀는지도 모를 식재료가 썩어가고 있고 저 또한 바닥에 누워 언제 일어나겠다는 기약도 없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게으른 인간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야 확실히 알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뭔가를 열심히 해본 적도 없고 늘 빈둥거리며 되는 대로 살아왔으면서 제가 게으르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 자체가 제가 게으른 인간이라는 반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정말로 모든 것이 귀찮아졌으며 무기력합니다.

 

저의 2023년 슬로건은 ‘누워있기’였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기력을 잃어버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누워있기’ 말고는 없었고, 올해는 그 어떤 압박감도 느끼지 말고 그냥 잘 누워있자고, 그렇게 마음먹었습니다. 어차피 죽을 때도 누워서 죽을 텐데 그냥 눕자, 아무 것도 하지 말자, 그냥 대충 아무렇게나 살자. 누워서 먹으면 소가 된다던데, 어떤 소가 일을 잘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일단 아니니까 좀 꺼져줘요.

 

지금도 누운 채로 이 글을 작성하고 있지만 주말은 끝나가고 오늘 안에 밀린 집안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몸을 일으켜야 합니다. 설거지, 빨래, 청소, 장보기 또 뭐가 있지요? 아무튼 집안일은 계속 됩니다. 너무 힘들지만 어차피 일어난 김에 뭔가를 좀 해볼까 합니다.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또 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지요.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알아볼 작정입니다. 본디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어려운 법입니다.

'철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보지 않은 길  (0) 2024.01.16
리얼띵  (1) 2024.01.12
40  (0) 2024.01.12
라디오 구구  (0) 2024.01.12
나는… 태어난 사람  (0) 2024.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