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송 2

아빠와 고양이

멸치는 아빠를 아주 좋아했다. 아빠도 멸치를 좋아했다. 멸치는 우리집 고양이다. 처음 몇 년은 "그래도 난 개가 더 좋아!" 라고 하셨지만 집에서 멸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였다. 멸치도, 집에서 아빠를 제일 좋아했다. 원주 아파트 뒷산에는 화장하고 남은 멸치가 묻혀있다. 뒷산에서 제일 큰 나무 밑 양지바른 곳이다. 멸치의 묫자리를 정한것도 묻은것도 아빠였다. 멸치가 죽었을때 아빠는 정말 많이 우셨다. 그 날 멸치는 아빠가 퇴근하시기 한시간 전에 먼저 가버렸다. 멸치 얘기를 하면 아빠는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라고만 하셨다. 그리고 늘 한숨을 한번. 돌아가신 작은아빠 얘기를 해도 그러신다. 이번 설은 역대급으로 정신없고 피곤한 명절이었다. 광주에 돌아와서 아빠한테 전화로 제일 먼저 물어본건 요즘도 멸..

오송송 2024.02.12

문학이란 뭘까...

중학생때 오빠가 예전에 쓴 독후감을 베껴서 냈다가 교내에서 상을 받게 되어 시 · 도 대회에 나갔다. 학교는 대회 출전용 글짓기반을 따로 운영했는데 대회 전에는 수업시간을 빼주기도 했다. 그 시간에 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학생 대여섯이 모여서 학교 도서관에서 책 수십권을 빌려 하루종일 책에 있는 좋은 표현을 발췌하는게 전부. 하루에 얼마나 했는지 검사를 하지도 않았다. 담당 선생은 우리한테 첫날에만 조금 설명하고 곧 나갔으니까. 아마 말 잘듣는 모범생들만 모아놔서 그랬을거다. 속으론 '이게 뭐하는 짓이지?' 하면서도 수업 땡땡이라는 유혹을 이길수는 없었음을.. 그러다 고3때 담임 국어선생이 나에게 문학은 의미 없고 비문학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언제나처럼 선생들과 사이가 안좋았던 나여서 '내가 잘..

오송송 202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