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승순 4

감시와 처벌, 지원과 지지

인간애가 필요한 직업들이 있다. 교사라던가, 나의 직업인 사회복지 계통이라던가, 어린이집 선생님이라던가, 경찰이라던가, 의료 계통이라던가 하는 직업들 말이다. 이 직업들은 주로 사람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며 상대의 인생에 크게 관여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이 직종들에게는 인권이 강조된다. 위의 직업들은 직업의식이 돈벌이와 자신의 삶을 안정케 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져셔는 안되기 때문이다. 다른 직업이 대충 농땡이를 치더라도 회사에 보탬이 되지 않는 수준에 그친다면 위의 직업을 가진 사림이 농땡이를 치면 누군가의 삶이 쉽게 망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상기된 직종들은 보통 인권 및 학대 예방교육이 필수로 지정되어 있고 학대 신고 의무 대상자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도 수없이 강조된 건 학습..

산승순 2024.03.16

아빠가,

2024년 1월 17일 오후 5시 19분, 3.19kg으로 너는 태어났다. 살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너를 처음 만나던 순간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유리 벽 수술실 안에서 바깥에 있는 나를 향해 수술실 카트에 올려져 다가오던 너를, 그렇게 나는 39년을 기다려왔다. 초록색 천에 둘러싸여 하얀 얼룩이 묻은 채 간호사의 두드림에 큰 소리로 울던 너는 그렇게 나와 함께 하게 되었다. 처음 아이를 만나면 생각과 얼굴이 달라 실망한다고들 하던데, 너는 그때부터 그렇게 예뻤다. 뽀얗고 동그란 얼굴에 가득한 볼을 갖고 옆으로 긴 눈과 코가 나를 닮은 듯도 싶고 엄마를 닮은 듯도 싶었다. 너를 너무나 만나고 싶었던 나와, 아내를 염려하는 내가 함께 있어 나는 ..

산승순 2024.01.28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긴 글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특정한 정치적 방향성과 정당에 대한 지지의 요구를 많이 받았다. 그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지냈고, 그때는 좀 더 적극적인 사회변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속한 동아리는 운동권과 맥락을 같이 했고, 자연스럽게 선배들도 모두 그런 성향이었다. 그렇지만 본래의 정체성은 가톨릭 동아리였기에 그러한 성향과 별개로 생활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단 한 번도 특정한 정당의 본격적인 지지세력이 되거나 정치인을 마음먹고 응원한 적이 없다. 나의 생각과 기준에 따라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했을 뿐이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는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종종 ..

산승순 2024.01.16

개신교와 가톨릭에 대하여 (1)

나는 여섯 살 때부터 성당에 다녔다. 그리고 아내는 나보다 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우리 집안사람은 모두 가톨릭이고 아내 집안사람들은 모두 개신교를 다닌다. 아내는 개신교를 '다니는 것' 정도가 아니라 신학 석사를 공부했고, 오랫동안 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했다. 비종교인이나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은 전도사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전도사는 신학대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지 못한 경우 전도사가 된다. 특히 아내가 다니는 장로교는 여성 목사가 존재하지 않는 보수적인 교단이기 때문에 전도사가 아내가 할 수 있는 최종 직분이다. 우리가 연애를 시작할 때도 아내는 전도사였다. 나는 성당에 오랫동안 다닌 사람들 중에 성당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은 편이지만 아내는 주변에 있는 사..

산승순 202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