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는 아빠를 아주 좋아했다. 아빠도 멸치를 좋아했다. 멸치는 우리집 고양이다. 처음 몇 년은 "그래도 난 개가 더 좋아!" 라고 하셨지만 집에서 멸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였다. 멸치도, 집에서 아빠를 제일 좋아했다. 원주 아파트 뒷산에는 화장하고 남은 멸치가 묻혀있다. 뒷산에서 제일 큰 나무 밑 양지바른 곳이다. 멸치의 묫자리를 정한것도 묻은것도 아빠였다. 멸치가 죽었을때 아빠는 정말 많이 우셨다. 그 날 멸치는 아빠가 퇴근하시기 한시간 전에 먼저 가버렸다. 멸치 얘기를 하면 아빠는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라고만 하셨다. 그리고 늘 한숨을 한번. 돌아가신 작은아빠 얘기를 해도 그러신다. 이번 설은 역대급으로 정신없고 피곤한 명절이었다. 광주에 돌아와서 아빠한테 전화로 제일 먼저 물어본건 요즘도 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