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송

문학이란 뭘까...

anhouraday 2024. 2. 4. 14:53

중학생때 오빠가 예전에 쓴 독후감을 베껴서 냈다가 교내에서 상을 받게 되어 시 · 도 대회에 나갔다. 학교는 대회 출전용 글짓기반을 따로 운영했는데 대회 전에는 수업시간을 빼주기도 했다. 그 시간에 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학생 대여섯이 모여서 학교 도서관에서 책 수십권을 빌려 하루종일 책에 있는 좋은 표현을 발췌하는게 전부. 하루에 얼마나 했는지 검사를 하지도 않았다. 담당 선생은 우리한테 첫날에만 조금 설명하고 곧 나갔으니까. 아마 말 잘듣는 모범생들만 모아놔서 그랬을거다. 속으론 '이게 뭐하는 짓이지?' 하면서도 수업 땡땡이라는 유혹을 이길수는 없었음을..

 

그러다 고3때 담임 국어선생이 나에게 문학은 의미 없고 비문학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언제나처럼 선생들과 사이가 안좋았던 나여서 '내가 잘하는게 별로라고?' 이런 식으로 받아들였다(그 사람은 문학은 얻는게 없다 이런 말도 덧붙였던 걸로 기억한다. 수능에서의 비중을 말한건지 본인의 평가를 말한건지 모르겠다.). 마흔이 다 된 지금까지 그 말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는걸 보면 나한테는 조금 충격인 일이었던 것이다.

 

싫어하는 선생의 훈수 때문에 반감으로 더 문학을 열심히 팠다...는 아니었고 저 선생 지가 뭔데 내가 비문학을 못한다는거야?하는 다른식의 반감으로 그때부터 비문학을 열심히 보게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문학. 요즘은 수능에서 어떻게 분류하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문학이 아닌 정보성 글들. 의무교육과정이 끝난 후에 문학은 점점 내 생활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최근에 우연히 인스타에서 홍보하는 어떤 수필을 보았고 그 안에 실린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내가 성인이 된 후 문학과 너무 떨어져지냈으니 문학의 가치를 잘 모르겠거니, 아름다운 글을 읽다보면 영혼에 위로가 되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며 계속 살까 말까 했다. 결국 사진 않고 며칠전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빌려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사길 잘했다. 

예전엔 수필을 그나마 재밌게 읽었던것 같은데. 읽는 내내 나하고 상관도 없는 남의 신변잡기를 왜 보고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나하고 상관있는 사람들 얘기는 좋아함). 사실 최근의 유명한 작가들 소설도... 한권을 다 읽는게 힘들다. 역시 나한텐 비문학이 맞나보다. 최근 재밌게 읽은 책이 두어권 있지만 소개는 다음기회에. 

 

끝으로 처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궁금하게 만들었던 부분만 올린다. 책 다 봤는데 이 부분만 좋다.

"···. 포기하고 싶을 때, 사실은 더 멀리 가보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안다. 다만 방법을 몰라서, 조금 쉽게 가보고 싶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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