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ㅁ

호두와 호랑이

호두네ㅅㅁ 2024. 1. 9. 00:10

산책 중 따라오는지 자주 돌아보는 차밍, 아니 호랑이

호랑이를 임보 하기 위해 집으로 데려온 지 2주가 지났다. 호랑이를 데려오기 며칠 전 꿈을 꾸었다. 나의 얼마 안 되는 모든 친구들과 쏭의 모든 친구들까지 모두 다 함께 어떤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같은 파릇한 모습들이었지만 일반적인 학교는 아니었고 여긴 대안학교다(;;;) 대안학교가 아니면 이런 풍경은 볼 수 없지 싶은 장소였다. 학교 울타리 밖으로 조금 나가면 들판과 개울가와 갖가지 풀과 곤충과 볕이 내리쬐는 고장 난 학원버스 같은 풍경이 놓여있었다. 이 풍경 속 걱정하나 없이 매 순간 즐거운 우리의 친구들은 각자 공놀이, 물놀이, 달리기 같은 모든 시골스포츠들을 하며 깔깔대니, 청춘내나는 신카이 마코토스러운 미장센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변이 개울가 둔덕의 끝에서 사각팬티만 입고 "나 뛴다~! 나 뛴다~~!!" 하며 다이빙 플러팅(?) 같은 거를 하자, 친구들이 모두 모여 와하하~!! 와~ 와~ 뛰어라~ 야 다쳐~ 하며 웃던 와중, 호두가 변의 발치에서 낑낑거리고 있었다. 나랑 쏭은 고장 난 버스 뒷자리에서 변의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다가 발발 떠는 호두를 발견하고 친구들에게 "호두 좀 데려와줘~호두 좀 데려와줘~" 말했다. 쏭의 친구 중 한 명이 후다닥 둔덕에 올라가 호두를 끌어안아서 버스 창문을 통해 쏭에게 호두를 넘겨주었다. 호두가 안심한 듯 쏭 품에 포옥 안겨 두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너무 편안해 보였다. 그렇게 새벽 3시쯤 잠에서 깼다. "나 기분 좋은 꿈을 꿨어"하고 쏭에게 이 꿈을 말해주니 쏭이 엉엉 울었다. 다음날, 우리는 임보를 하기로 결정하고 며칠 뒤 단체를 통해 (구)차밍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잘생긴 차밍이. 먹는 거 좋아하고, 착하고, 사람 잘 따르고, 성품이 무던하지만 물은 무서워하는 아이. 아직 적응 중이어서 주변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차밍이 와 2주 동안 같이 지내며, 차밍이 가 호두와 닮았다는 걸 알았다. 호두가 보내준 거 아닐까? 하며 우리는 이 아이를 입양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이름을 지어주기 시작했다. 커트, 보위, 재거, 지미, 잭에서부터 포도, 머루, 흑임자, 쥐눈이콩까지. 그러다 오늘 호두에서 호자 돌림으로 '호랑이'라고 이름을 정하였다. 호랑이기운으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4.5kg의 잘생긴 호랑이.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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